간만에 전시회를 다녀왔는데 그라운드 시소에서 데리고 오는 전시들이 꽤다 괜찮아서 9월쯤 얼리버드로 신청하고 이제야 가게 됐다
이번에 가게 된 전시는 이경준 사진전 : 원스텝 어웨이
그라운드 시소 센트럴은 처음 가게 됐는데 서울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서울역 10번 출구랑 가까움)
#그라운드 시소 센트럴 위치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서울 중구 세종대로 14 그랜드센트럴 3F
https://naver.me/5yBc3SP2
매번 그라운드 시소 성수 갤러리만 가보다가 센트럴은 처음 가봤는데 약간 미니 미니 코엑스 같은 느낌이 있는 건물이었다
딱히 코멘트할 건 없어서 바로 전시 시작~
하나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라운드 시소에서 제공하는 오디오 가이드가 딱히 힘이 없어서 아쉽다는 점이랄까
특히 다른 사람과 함께 왔을 때 오디오 가이드까지 들으면 너무 정신 없어서 무용지물이었다
사진 찍은 걸 허용하는 전시들이라 일단 다들 사진찍기에 바쁘고 (물론 나도) ㅎㅎㅎㅎ 갤러리 내부의 BGM까지 다양해서 많이 정신이 없다
이런부분까지 신경써준다면 좋을 듯 ♡
이제 진짜 전시 시작~~
일단 이경준 씨는 누구인가..
뉴욕에서 2018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프리랜서 사진작가이자 물리치료사라고 한다
이번 전시에 전시된 작품 대부분이 뉴욕을 주제로 하고 있고 시선 안에 담기는 사람들과 건물 풍경 등을 자유롭게 찍어 공유하는 것 같았다
첫번째 섹션은 뉴욕의 건물과 태양(???) 혹은 하늘의 조화를 다룬 작품들이었다
첫 섹션에서부터 느꼈지만 이 전시회는 작품과 전시 연출을 함께 즐겨야 완성되는 전시회라고 볼 수 있다
첫 섹션은 여러 시간대의 건물을 찍어서 배치했는데 전시해둔 그림들을 보면 그 시간이 아침대부터 저녁으로 서서히 바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센스 넘치게도 사진에 맞는 시간대가 떠오르는 벽지도 색을 갈아 입는다
위에 찍은 사진들도 오전에 동이 틀 때부터 정오를 지나 노을이 지는 저녁을 건너 밤 늦은 시간까지의 건물들을 담은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그리고 다음은 두 번째 섹션..
여기서 부터 약간 이분의 성향이 느껴지는 작품들을 모아뒀다고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라운드 시소에서 데리고 오는 분들의 성향도 좀 느껴졌달까
이전에 그라운드 시소에서 즐겁게 봤던 전시 중 <요시고 전>이 있었다
그분도 약간 건물성(?)애자라고 해야할까 건축물에 굉장히 관심히 많은 분 중 하나였는데
이경준 씨도 못지 않게 건물에 관심이 있는 듯 하다
# 요시고 공식 홈페이지
요시고와 좀 다른데? 라고 생각했던 점이라면 이 사람은 똑같이 생긴 건물 속에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에도 크게 관심을 갖는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조금만 노력하면 이렇게 아래처럼 뚜렷한 사람들의 풍경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이 전시보던 지인이 도촬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긴 했지만...
...흐린 눈으로 일단 지나가본다)
아래 사진 처럼 루프탑을 주제로 한 사진들도 많았다. 같은 건물 루프탑인데 데코나 가구 배치등을 달리해서 다르게 사용하는 경우도 찍어둔 걸 보니 반대편 건물 위로 여러번 올라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치 그 루프탑 찍는 구도가 AI처럼 비슷해서 사진이 아니라 그래픽 아트를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을 하기도 했었다.
'이건 사진이야 그림이 아니야'라고 몇 번씩 되뇌이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속을 것 같은.. 그런 묘하게 사람이 찍은 것 같지 않은 치밀함이 묻어나는 사진들이었다.
루프탑 섹션을 벗어나면 그의 치밀함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는 '도로' 섹션이 나온다. 아까 건물을 패턴처럼 담아냈을 때도 느꼇지만 그는 일상 속에서 일종의 패턴을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섹션이었다. 시선이 닿는 곳에 반듯한 오브제를 찾고, 그 반듯한 오브제들을 지나쳐가는 비정형화된 오브제들이 조화를 이루는 순간을 포착한 것 같은 느낌.
그야말로 조화 속의 부조화, 안정 속의 불안정이다.
그리고 이건 나만 느낀 걸 수도 있는데 이 도로 섹션이 유독 멀미(?)를 유발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섹션은 뉴욕뿐만 아니라 호주, 도쿄, 대한민국 등 다양한 나라의 것을 담았다.
그리고 이건 내가 발견한 이상한 패턴..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는데 같은 옷을 입고 있는 두 남녀
너네 무슨 사이야?
여기서 괜히 이상한 스토리 하나 짤 뻔했다 ㅋㅋㅋ
횡단 보도를 걸어가는 두 횡단보도 패턴의 옷을 입은 남녀가 반대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
마치 두 사람의 엇갈린 운명을 대변하는 듯한 사진이어서 소설 표지같은 느낌이길래..
(나는 슈퍼 N이야..)
그리고 여기는 눈이 시원해지는 '공원'섹션이다
공원 섹션 양끝으로 이런 것도 있는 걸 보면
여유와 휴식이 느껴지는 사진들을 모아뒀던 섹션이었던 거 같다.
마지막 섹션은 아주 짧게 눈이 오는 풍경들을 담았다.
마지막에 관객도 함께 즐기는 상호작용 섹션이 하나 마련되어 있었는데
이건 100% 그라운드 시소 특징이다
고민을 적어서 다 갈아내는 형식으로 마무리하는 섹션이었는데
가는 건 바로 이렇게!
갈고 적고 하는 건 재미있긴 했는데 뭔가 마지막에 이걸 하면서
'이 전시가 이렇게까지 사람들 고민을 덜어내는데 진심이었어?' 라는 생각이 들더라
전시 내내 여유로운 풍경을 보여주었으니 '당신의 여유는 어떤 모습인지?' 혹은 '당신의 여유가 묻어나는 장소는 어디인지?' 등을 물어보는 게 더 자연스러운 방식이었을 것 같은데 갑자기 고민을 갈라고 하니까, 고민에 대한 전시였던 건가 싶어서 잘못 감상했던 건가 싶어 당황했었다 ㅋㅋ 하지만 그냥 아무 생각없이 해보고 나왔다 ㅋㅋㅋㅋ
그라운드 시소 전시가 '사진전'을 할 땐 유독 이런 건물 쪽에 치우치는 느낌이 없잖아 있어서 조금 아쉽다. 지난번에 다녀온 나탈리 사진전은 연출된 사진들도 많았어서 확실히 작품을 본다는 생각이 들었던 반면에 이번 전시는 가볍게만 볼 수 있었던 전시라서 살짝 아쉬웠던 것 같다.
매번 무거운 전시만 다룰 수는 없는 거니까. 다음에 또 좋은 전시로 만나자 그라운드 시소~